No. 98
유기견은 오늘도 문 쪽을 본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82쪽
유기견은
오늘이라는 말을
특별하게 쓰지 않는다
어제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은
같은 각도로
닫혀 있었고
공기는
같은 속도로
그 앞을 지나갔다
그럼에도
시선은
오늘도
그쪽에 놓였다
보는 일은
기대의 반복이 아니라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매일
다시 확인하는 동작이었다
유기견은
눈을 크게 뜨지 않았다
실망이 커지지 않도록
각도를
낮게 유지했다
문은
응답하지 않았고
그 침묵은
이미 익숙했다
그러나
보지 않는 쪽으로
몸을 돌릴 이유도
아직
주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제도 닫혀 있었고
오늘도 같다고
그러나
같다는 말은
보지 않아도 될 때의
언어다
유기견에게
오늘은
여전히
확인이 필요한 시간이다
그래서
유기견은
오늘도
문 쪽을
본다
사회가
반복을
무의미하다고 정리할 때
그 시선만
끝까지
그 앞에 남아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하루치만큼
조용히
쌓아 올리고 있었다
이어지는 시는 시집을 구매한 독자에게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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