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5

유기견은 돌아오지 않는 소리를 기억한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43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85번 「유기견은 돌아오지 않는 소리를 기억한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소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몸에 남긴다
문이 열리지 않았던 기척,
발소리가
끝내 겹치지 않았던 간격,
불리다 말고
사라진 음의 끝
그 소리들은
다시 들리지 않았지만
없던 일도 아니었다
유기견은
그 부재를
기억한다
기억은
반복을 기대할 때가 아니라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이
확정되었을 때
비로소
형태를 얻는다
돌아오지 않는 소리는
귀에 남지 않고
자세에 남았다
고개를 들지 않는 각도,
귀를 세우지 않는 선택,
숨을 낮추는 타이밍
그 모든 것이
소리 이후에
배운 것들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잊으라고
그러나
잊으라는 말은
다시 들을 수 있을 때의
언어다
유기견에게
돌아오지 않는 소리는
지워야 할 기억이 아니라
이미
몸을 바꾼 사실이었다
그래서
유기견은
돌아오지 않는 소리를
기억한다
사회가
들리지 않는 것을
없다고 정리할 때
그 소리만
유기견의 몸 안에서
끝내
되돌아오지 않았다는
증거로
조용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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