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4

유기견은 부르지 않는 세상을 안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40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84번 「유기견은 부르지 않는 세상을 안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부름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어디에서도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몸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조용히
부르지 않는 쪽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지나가며 말했고
말은
유기견을 비켜갔다
그 비켜감의 방향을
유기견은
정확히 안다
부르지 않는 세상은
적대적이지도
잔인하지도 않았다
다만
관계를
생략한 채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유기견은
그 흐름 속에서
소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면
기다림이
더 아파진다는 것도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기견은
부르지 않는 세상을
안다
알고 있다는 것은
체념이 아니라
잘못된 질문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사회가
이름을 부르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을 유지할 때
그 안에서
부르지 않음을
가장 먼저 이해한
하나의 몸이
오늘도
조용히
여기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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