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3

유기견은 오늘도 문 쪽을 본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37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83번 「유기견은 오늘도 문 쪽을 본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문을
새로 보지 않는다
이미 여러 번
같은 각도로
바라보아 온 쪽이다
오늘이라는 말은
다른 날을
약속하지 않았고
문은
그 약속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놓였다
보는 일은
기대가 아니라
확인의 반복이었다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늘도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
문은
어제와 다르지 않았고
유기견의 자세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기다림의 무게와
몸이 낮아진
각도뿐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아직 보느냐고
그러나
아직이라는 말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끝내지 않았다는 의미다
유기견은
오늘도
문 쪽을
본다
사회가
이미 지나간 장면을
잊으려 할 때
그 시선만
끝까지
그곳에 남아
열리지 않은 사실을
하루치씩
조용히
확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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