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79
유기견은 손의 온도를 아직 갖고 있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25쪽
유기견은
손을
기억하지 않는다
대신
남아 있는
온도를
몸에 두고 있다
닿았던 순간보다
떼어진 이후가
더 오래였지만
온도는
사라지는 법을
알지 못했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그 중간의 감각이
피부 어딘가에
늦게까지
머물렀다
유기견은
그 온도를
다시 찾으려 하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몸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우지도 않았다
온도는
관계의 증거였고
증거는
없던 일로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잊어야 한다고
그러나
잊는다는 말은
기억을 선택할 수 있을 때의
언어다
유기견에게
손의 온도는
선택이 아니라
남겨진 감각이었다
그래서
유기견은
손의 온도를
아직
갖고 있다
사회가
손을 거둔 뒤에도
그 온기만
몸에 남아
한때
닿아 있었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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