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0

유기견은 문 앞에서 하루를 접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28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80번 「유기견은 문 앞에서 하루를 접는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하루를
멀리 가져가지 않는다
해가 낮아지고
공기가 식으면
시간은
자연스럽게
문 앞에 모였다
접는다는 것은
정리한다는 뜻이 아니라
더 이상
펼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유기견은
그날의 움직임을
겹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모은다
비어 있던 그릇의 시간,
아무 일도 없던 오후,
기다림이
늘어지지 않도록
각도를 맞춘다
하루는
작아졌지만
버려지지는 않았다
내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이
다치지 않게
남도록
문 앞의 자리는
끝이 아니라
가장 낮은 지점이었고
유기견은
그곳에
시간을 내려놓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하루가 끝났다고
그러나
끝났다는 말은
지나갈 수 있을 때의
언어다
유기견의 하루는
문을 넘지 않았고
그래서
문 앞에서
접혔다
사회가
시간을
계속 펼쳐 버릴 때
그 하루만
이 앞에 남아
열리지 않은 문과 함께
조용히
보관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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