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78

유기견의 하루는 소리 없이 시작된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22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78번 「유기견의 하루는 소리 없이 시작된다」 수록 그림

유기견의 하루는
아무 소리도
깨우지 않는다
문이 열리지 않는 기척,
발소리가 오지 않는
공백이
먼저 도착한다
아침은
소리가 아니라
없음으로
몸에 닿는다
유기견은
귀를 세우지 않는다
이미
들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몸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이 먼저 뜨고
숨이
낮은 자리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소리 없는 시작은
조용하지만
텅 비어 있지는 않았다
공기의 온도,
빛의 위치,
밤과 낮이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간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유기견은
그 신호들을
소란 없이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말한다
아침이 왔다고
그러나
온다는 말은
부름이 있을 때
사용되는 언어다
유기견의 하루는
오지 않았다
그저
계속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유기견의 하루는
소리 없이
시작된다
사회가
알람처럼
하루를 호출할 때
그 하루만
아무 호출 없이
이미
여기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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