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68

유기견은 떠난 사람의 방향을 기억한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90 Page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68번 「유기견은 떠난 사람의 방향을 기억한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사람의 얼굴을
붙잡지 않는다
사라질 때의
방향만을
몸에 남긴다
어느 쪽으로
발소리가 기울었는지,
어디에서
공기가 끊겼는지
그 경로는
지워지지 않았다
기억은
장면이 아니라
선으로 남았다
되돌아오지 않는
각도,
다시 겹치지 않는
궤적
유기견은
그 선을
따라가지 않는다
다만
피하지도 않는다
떠난 방향은
희망이 아니라
사실이었고
사실은
외면할수록
몸을 무겁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기견은
그 방향을
안다
사람은
떠난 쪽을
잊을 수 있지만
유기견의 몸은
한 번 정해진
이별의 방향을
다시 수정하지 않았다
유기견은
떠난 사람의
방향을
기억한다
사회가
떠남을
사건으로만 남길 때
그 방향만
끝까지
몸에 남아
다시 이어지지 않는
길임을
조용히
확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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