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69
유기견은 빈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93쪽
유기견은
비어 있다는 이유로
움직이지 않는다
빈자리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 아니라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위치였다
유기견은
그 사실을
몸으로 알고 있었다
떠난다는 것은
다른 자리가
더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을 때
가능한 선택이다
그러나
빈자리는
확신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곳은
이미 끝났다는 사실을
정확히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기견은
그 앞에
몸을 둔다
기대하지도
대체하지도 않은 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은
머무르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사라짐을
지우지 않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비워진 곳에 있느냐고
그러나
빈자리를 떠나는 일은
사라진 것을
없던 일로 만드는 데
가깝다
유기견은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기견은
빈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사회가
다음 장면을
급히 채울 때
그 자리만
끝까지
비어 있는 채로
유기견의 몸과 함께
조용히
남아 있었다
이어지는 시는 시집을 구매한 독자에게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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