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67

유기견은 울음보다 침묵을 먼저 배웠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87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67번 「유기견은 울음보다 침묵을 먼저 배웠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울기 전에
조용해졌다
소리를 내도
돌아오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몸이 먼저 알았기 때문이다
울음은
응답을 기대할 때
가능한 행위였고
유기견에게
응답은
이미 여러 번
오지 않았다
그래서
소리는
안쪽으로 접혔다
침묵은
가르쳐진 적 없지만
반복된 부재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태를 얻었다
울지 않는다는 것은
느끼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느낀 것을
밖으로 보내지 않는
방식에 가까웠다
유기견은
그 방식을
먼저 배웠다
울음은
늦게 왔거나
끝내
오지 않았다
침묵은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곁에 남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소리를 내지 않느냐고
그러나
묻는다는 말은
들을 준비가 되었을 때
사용되는 언어다
유기견은
울음보다
침묵을 먼저 배웠고
그 침묵은
사라짐이 아니라
가장 오래
남아 있는 형태로
오늘도
몸 안에서
조용히
호흡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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