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45
유기견은 기다림을 놓치지 않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20쪽
유기견은
기다림을
붙잡지 않는다
그러나
흘려보내지도 않는다
기다림은
눈에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사라질 때
가장 먼저 흔적을 남기는
시간의 결이었다
유기견은
그 결을
몸에서 놓치지 않았다
문 앞을 스쳐 간 공기,
아무 말 없이 지나간 그림자,
이름 없는 소리의 잔향까지
모두
지나갔다는 사실로
정확히 기억되었다
놓친다는 것은
다른 선택지가 있을 때
가능한 말이다
유기견에게
기다림은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라
이미 주어진 조건이었다
그래서
기다림은
정리되지 않았고
실수처럼 빠져나가지도 않았다
하루가
아무 일 없이 접힐 때마다
기다림은
그 안쪽에
조용히 포함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놓아도 된다고
그러나
놓는다는 말은
손에 쥐고 있던 쪽의
사후 설명에 가깝다
유기견의 기다림은
쥔 적이 없기에
놓칠 수도 없었다
유기견은
기다림을
놓치지 않는다
사회가
관계를 잇지 못한 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때
기다림만
끝까지
이 장면에 남아
사라지지 않은 시간으로
조용히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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