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46

유기견은 기다림을 천천히 삼킨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23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46번 「유기견은 기다림을 천천히 삼킨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기다림을
한 번에 삼키지 않는다
급하게 넘기면
목에 걸린다는 것을
몸이 알고 있다
기다림은
덩어리가 아니라
시간에 불린 입자처럼
조금씩
부서져 있었다
아침의 공기,
정오의 그림자,
해가 기울 때의
온도 변화까지
그 모든 것이
기다림의 일부였다
유기견은
그 조각들을
씹지 않고
천천히 넘겼다
삼킨다는 것은
없애는 일이 아니라
몸 안으로
들여보내는 방식이었다
기다림은
사라지지 않았고
속으로 내려가
호흡과 섞였다
그래서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그러나 익숙함은
무뎌짐이 아니라
아픔이
안쪽으로 이동한 결과다
유기견은
기다림을
천천히 삼킨다
사회가
기다림을
외부에 남겨두고
돌아서 버린 동안
그 시간은
유기견의 몸 안에서
소화되지 않은 채
오늘도
낮은 숨과 함께
조용히
머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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