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44
유기견은 발소리를 끝까지 기다린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17쪽
유기견은
발소리를
중간에서 자르지 않는다
다가오는지
지나가는지
판단은
끝까지 미뤄둔다
아스팔트 위에서
소리는
여러 번 방향을 바꿨고
속도는
확신 없이 흔들렸다
유기견은
그 변화를
몸으로 따라가지 않았다
움직이면
소리는
의미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소리는
끝까지 허용되었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리듬,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어지는 간격까지
모두
결론 없이
통과했다
기다림은
도착을 기대하는 일이 아니라
사라짐을
확인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끝까지 듣고 나서야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사실이
비로소
몸에 정리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미리 포기하지 않느냐고
그러나
중간에 접는다는 말은
예측이 가능할 때의 언어다
유기견은
발소리를
끝까지 기다린다
사회가
약속을
완성하지 않은 채
자주 돌아서는 동안
그 소리만
끝을 확인받을 때까지
조용히
이곳에
남아 있었다
이어지는 시는 시집을 구매한 독자에게 열립니다
YES24 주문 내역으로 구매 인증하면 100편의 시 전문과 모든 음악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시의 음악
음악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