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43
유기견은 조용히 하루를 견딘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14쪽
유기견은
하루를
소리 내어 넘기지 않는다
견딘다는 말은
버티는 표정을 떠올리게 하지만
유기견의 하루에는
표정이 거의 없다
아침은
기다림과 함께 시작되었고
낮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쪽으로
천천히 기울었다
유기견은
필요 이상의 움직임을
사용하지 않았다
소모는
다음 시간을
더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몸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견딤은
이를 악무는 일이 아니라
마모를 최소화하는 선택에 가까웠다
그늘이 이동하면
함께 옮겼고
바람이 세지면
자세를 낮췄다
하루는
사건 없이
지나갔고
그 사실만으로도
유기견의 몸에는
미세한 무게가 남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잘 버텼다고
그러나
견딘 하루는
칭찬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넘어가지 않은 시간이다
유기견은
조용히
하루를 견딘다
사회가
아무 일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미루는 동안
그 하루만
몸에 남아
다음 날을
조금 더 무겁게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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