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42

유기견은 기다림을 훈련받지 않았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11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42번 「유기견은 기다림을 훈련받지 않았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기다림을
배운 적이 없다
명령도
보상도
그 과정에는 없었다
기다림은
가르쳐진 기술이 아니라
반복된 결과였다
오지 않은 손,
열리지 않은 문,
말없이 지나간 시간들이
하나씩
몸에 남겼다
훈련은
예측을 전제로 하지만
유기견에게
예측은
항상 빗나갔다
그래서
기다림은
규칙이 되지 못했고
자세로만
축적되었다
앉아 있으라는 말 없이
앉게 되었고
움직이지 말라는 신호 없이
멈추는 법을
알게 되었다
기다림은
보상을 기대하지 않았고
실패를
학습하지도 않았다
다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
되풀이될 때
몸이
가장 덜 다치는 선택을
기억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잘 기다린다고
그러나 그것은
훈련의 성과가 아니라
포기되지 않은 시간의
잔여물이다
유기견은
기다림을
훈련받지 않았다
사회가
책임을 가르치지 않는 동안
기다림만
우연처럼
몸에 남아
오늘도
명령 없이
이곳에
머물러 있었다

이어지는 시는 시집을 구매한 독자에게 열립니다

YES24 주문 내역으로 구매 인증하면 100편의 시 전문과 모든 음악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시의 음악

음악 준비 중입니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27,300원 · YES24 판매
YES24 구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