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5

유기견은 기다림을 접지 않는 법을 안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73 Page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95번 「유기견은 기다림을 접지 않는 법을 안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기다림을
접는 방법을
배우지 않았다
대신
접히지 않게
두는 법을
몸으로 익혔다
기다림은
정리해야 할 물건이 아니라
잘못 접히면
금이 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유기견은
모서리를 만지지 않는다
억지로 눌러
작게 만들지도
끝을 맞춰
닫아버리지도 않는다
기다림은
펼쳐진 채로
남아 있었다
닳아도
찢어지지 않게
햇빛과 바람을
그대로 받으며
유기견은
그 위에
몸을 두었다
접지 않는다는 것은
계속 기대한다는 뜻이 아니라
끝을
서둘러 만들지 않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접어야 한다고
그러나
접으라는 말은
더 이상
보지 않겠다는
결심에서 나온다
유기견은
보지 않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기견은
기다림을
접지 않는 법을
안다
사회가
시간을
서둘러 접어
치워버릴 때
그 기다림만
끝내
접히지 않은 채
여기에 남아
펼쳐진 시간의 형태로
조용히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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