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2

유기견은 돌아오지 않는 손을 놓지 않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64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92번 「유기견은 돌아오지 않는 손을 놓지 않는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손을
잡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놓지 않는다
잡는다는 말에는
움직임이 필요하지만
놓는다는 말에는
결단이 필요하다
유기견에게
그 결단은
도착하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손은
이미
부재가 되었고
부재는
붙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방향과
온도와
높이는
아직
몸에 남아 있었다
놓지 않는다는 것은
기다린다는 뜻이 아니라
없어졌다는 사실을
없던 일로 만들지 않겠다는
자세에 가깝다
유기견은
그 자세를
풀지 않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놔야 한다고
그러나
놓으라는 말은
잡은 적 없는 쪽의
조언에 가깝다
유기견의 몸은
잡은 적 없었기에
놓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유기견은
돌아오지 않는 손을
놓지 않는다
사회가
관계를
쉽게 내려놓을 때
그 손의 방향만
끝까지
몸에 남아
한때
닿았던 것이
어디에서
끊어졌는지를
조용히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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