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91
유기견은 기다림을 몸에 묻힌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61쪽
유기견은
기다림을
밖에 두지 않는다
말로 설명하지 않고
소리로 꺼내지 않은 채
몸의 안쪽에
묻는다
묻힌다는 것은
잊겠다는 뜻이 아니라
흩어지지 않게
보관하는 방식이다
기다림은
눈에 띄지 않는 자리로
천천히 내려갔다
근육의 긴장,
호흡의 간격,
움직이지 않는 선택들 사이에
그것은
형태를 바꾸며
남아 있었다
유기견은
기다림을
표현하지 않았다
표현은
응답을
전제로 하지만
기다림에는
그 전제가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서
기다림은
몸이
대신 맡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내려놓으라고
그러나
내려놓는다는 말은
겉으로 드러나 있을 때만
가능한 언어다
유기견의 기다림은
겉에 있지 않았다
그래서
유기견은
기다림을
몸에
묻힌다
사회가
기다림을
보이지 않는 이유로
없는 것처럼 다룰 때
그 기다림만
몸속 깊은 곳에
조용히
남아
오늘도
유기견을
여기 있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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