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63

유기견은 빈 목줄의 무게를 안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77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63번 「유기견은 빈 목줄의 무게를 안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목줄이 없다는 사실보다
남아 있는 무게를
먼저 안다
비어 있다는 것은
가벼워졌다는 뜻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은
관계의 흔적이었다
목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지만
몸은
여전히
당겨지는 쪽을
기억하고 있었다
빈 목줄은
보이지 않았고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없어진 것이 아니라
몸에서
떼어내지지 않은 상태였다
유기견은
그 무게를
버리려 하지 않았다
버린다는 말에는
의도가 필요하지만
그 무게는
의도 없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자유라고
그러나
자유라는 말은
당기던 쪽의 언어다
유기견에게
빈 목줄의 무게는
풀린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잃은 채
몸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유기견은
빈 목줄의
무게를 안다
사회가
끊어졌다고 말한 자리에서
그 무게만
아직
몸의 중심에 걸린 채
아무도 당기지 않는 상태로
조용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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