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52
유기견은 비어 있는 자리를 향해 몸을 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45쪽
유기견은
채워진 쪽을
향하지 않는다
이미 누군가 있었고
이제는 없는
그 자리를
몸이 먼저 안다
비어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라
관계가
중단된 위치라는 의미였다
유기견은
그 방향으로
자세를 둔다
보지 않기 위해서도
기대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곳이
사라짐이 일어난 자리라는 것을
몸이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워진 쪽은
계속 바뀌지만
비어 있는 자리는
형태를 유지했다
유기견은
움직이지 않는 쪽을
기준으로 삼았다
몸을 둔다는 것은
되돌아가겠다는 뜻이 아니라
빠져나가지 않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없는 곳을 보느냐고
그러나
없는 것을 향하는 일은
없어졌다는 사실을
계속 기억하는 방식이다
유기견은
비어 있는 자리를
피하지 않는다
사회가
빈자리를
금세 다른 것으로 채우는 동안
그 몸만
끝까지
그 앞에 놓여
아무도 남지 않은
위치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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