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

유기견은 불릴 이름이 없어 숨을 낮춘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0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3번 「유기견은 불릴 이름이 없어 숨을 낮춘다」 수록 그림

이름이 사라진 뒤
공기는 조금 더 낮은 곳에서 흐른다.
불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먼저 몸에 닿는다.

유기견은 숨을 줄인다.
크게 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아무도 부르지 않으니까.
소리는 필요 없어진다.
숨은 눈에 띄지 않게,
몸은 공간에 맞추듯
조용히 접힌다.

이름이 있었을 때의 호흡은
이미 다른 시간에 남아 있다.
지금의 숨은
존재를 증명하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숨이다.

유기견은 울지 않는다.
다만
불릴 일이 없다는 사실만큼
숨을 낮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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