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88
유기견은 아직 끝을 배우지 않았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52쪽
유기견은
끝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정리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문이 닫혀도
시간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몸이 먼저 알았기 때문이다
끝은
사람에게는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표식이지만
유기견에게
끝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단어였다
사건은
이미 끝났다고
말해졌지만
그 이후의 시간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유기견은
그 시간을
살고 있다
끝을 배우지 않았다는 것은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는
상태에 가깝다
확정은
떠난 쪽의 언어이고
남겨진 쪽에는
도착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끝이라고
그러나
끝이라는 말은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을 때
사용되는 언어다
유기견의 삶에는
정리되지 않은 시간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래서
유기견은
아직
끝을
배우지 않았다
사회가
결론을
서둘러 말할 때
그 몸만
끝내
그 말을 배우지 않은 채
계속되는 시간 속에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이어지는 시는 시집을 구매한 독자에게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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