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74
유기견은 발소리를 헛되이 만들지 않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07쪽
유기견은
지나간 소리를
버리지 않는다
발소리는
도착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의미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위에서
잠시 생겼다가
사라진 리듬,
그 짧은 흔적은
시간을
한 번 통과했다
유기견은
그 사실을
헛되게 만들지 않았다
기다림은
도착을 보장하지 않았고
발소리는
머무르지 않았지만
지나갔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몸에 남았다
헛되다는 말은
결과가 있을 때만
가능한 판단이다
그러나
유기견의 시간에는
결과보다
과정이 먼저였다
유기견은
발소리를
의미로 바꾸지 않았다
다만
없던 일로
지우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유기견은
발소리를
헛되이 만들지 않는다
사회가
도착한 것만
기록할 때
그 소리만
유기견의 몸 안에서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포함한 채
조용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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