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72

유기견은 오늘도 어제를 기다린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201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72번 「유기견은 오늘도 어제를 기다린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내일을
앞세우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쪽이
한 번은
안전했기 때문이다
어제에는
문이 열렸고
이름이 불렸으며
손이
존재했다
그 사실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지만
몸은
그 방향을
잊지 않았다
유기견은
오늘의 시간 위에서
어제를
기다린다
기다린다는 말은
되돌아오기를 바란다는 뜻이 아니라
한 번 있었던 상태를
지워버리지 않겠다는
자세에 가깝다
어제는
다시 오지 않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다
기억은
몸의 방향으로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앞으로 가야 한다고
그러나
앞이라는 말은
안전이 보장될 때
사용되는 언어다
유기견에게
앞은
아직
이름이 붙지 않았다
그래서
유기견은
오늘도
어제를
기다린다
사회가
시간을
계속 앞쪽으로만
밀어낼 때
그 몸만
이미 지나간 쪽에
방향을 둔 채
한 번은 존재했던 시간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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