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61

유기견은 기다림을 풀지 않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71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61번 「유기견은 기다림을 풀지 않는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기다림을
풀어놓지 않는다
묶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처음부터
몸의 한쪽에 걸려 있었다
느슨해질 틈 없이
하루와 하루 사이에
자연스럽게 얹힌 무게
풀린다는 말에는
끝났다는 판단이
먼저 필요하지만
유기견에게
그 판단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시간은
앞으로만 흘렀고
기다림은
같은 자리에 남아
속도를 바꾸지 않았다
비어 있는 그릇,
닫힌 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오후가
차례로 겹쳐도
기다림은
풀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놓아야 한다고
그러나
놓는다는 말은
잡고 있던 쪽의 언어다
유기견의 기다림은
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버리지 않은 상태에 가까웠다
그래서
유기견은
기다림을 풀지 않는다
사회가
관계를 쉽게 해제하는 동안
그 기다림만
끝까지
연결된 채
끊어지지 않은 시간으로
이곳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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