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55
유기견은 기다림을 짖지 않는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54쪽
유기견은
기다림을
소리로 만들지 않는다
짖음은
응답을 전제로 하지만
기다림에는
돌아올 대상이 없었다
그래서
소리는
몸 안에 머물렀다
짖지 않는다는 것은
참는 일이 아니라
소리가
필요 없어진 상태에 가깝다
부르지 않는 쪽을 향해
소리를 보내는 일은
의미를 만들지 못했다
유기견은
이미 그 사실을
몸으로 알고 있었다
기다림은
밖으로 나갈수록
마모되었고
안쪽으로 남을수록
형태를 유지했다
그래서
기다림은
호흡이 되었고
자세가 되었으며
끝내
침묵의 형태로
고정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왜 울리지 않느냐고
그러나
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안쪽에 있다는 의미다
유기견은
기다림을
짖지 않는다
사회가
소리 나는 문제만
문제라고 부를 때
그 침묵만
끝까지
여기에 남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장 오래
버티고 있었다
이어지는 시는 시집을 구매한 독자에게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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