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40

유기견은 기다림을 몸으로 기억한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105쪽

시집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40번 「유기견은 기다림을 몸으로 기억한다」 수록 그림

유기견은
기다림을
생각하지 않는다
기억한다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몸에 남은 반응으로
문이 열리기 전
어깨가 먼저 굳는 각도,
발소리가 멀어질 때
복부가 바닥에 더 가까워지는 속도
그 모든 것이
기다림의 형태였다
기다림은
의식이 아니라
자세로 남았다
앉는 법,
일어나는 법,
움직이지 않는 법까지
몸은
이미 여러 번
결과를 겪은 뒤였다
그래서
기다림은
설명되지 않았고
반복되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겹쳐질수록
기억은
더 정확해졌다
기다림은
희망으로 저장되지 않았고
절망으로도 분류되지 않았다
다만
다시 그런 시간이 올 때
어디를 긴장해야 하는지
몸이
알고 있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잊혀진다고
그러나
잊힌 것은
말로 배운 것들이고
몸으로 배운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유기견은
기다림을
몸으로 기억한다
사회가
기억을 기록하지 않는 동안
그 기다림만
근육과 호흡 속에
조용히 축적되어
오늘도
아무 일도 없을 하루를
이미 알고 있는 몸으로
이곳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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