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7
유기견의 숨은 낮고 느리다
『유기견이라는 슬픈 이름이여』 최경선 · 시집 96쪽
유기견의 숨은
높아지지 않는다
위험을 부르지 않는
높이로
항상 먼저 낮춰져 있다
들이마실 때보다
내쉴 때가
조금 더 길었다
그 차이만큼
시간은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숨은
존재를 증명하지 않았다
다만
발각되지 않기 위해
형태를 줄였을 뿐이다
낮은 숨은
공기와 섞였고
느린 속도는
주변의 소음을
앞서 보내주었다
유기견은
급해지지 않았다
급해지는 순간
몸이
선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숨은
항상 바닥 가까이에서
머물렀다
비어 있는 그늘,
닫힌 문 앞,
아무도 머무르지 않는 오후 속에서
숨은
소리보다 먼저
자리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차분하다고
그러나 그것은
평온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속도를 낮춘 결과다
유기견의 숨은
낮고
느리다
사회가
서둘러 외면하는 동안
그 숨만
끝까지
자신의 리듬을 지키며
이곳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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